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계속 보다 보면 유독 모르는 단어가 많이 나옵니다.
DRAM, NAND, HBM, GPU, 팹리스, 파운드리, 미세공정….
저도 처음에는 뉴스를 볼 때마다 모르는 단어를 하나씩 찾아봤습니다.
그런데 DRAM이 뭔지 알고, HBM이 뭔지 따로 공부해도 이상하게 반도체 산업 전체가 머릿속에서 연결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저도 공부할 겸,
“반도체는 대체 어떤 산업이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를 처음부터 한번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세부적인 반도체 공정을 전부 외우기보다는 투자할 때 필요한 큰 구조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1. 반도체는 대체 무엇을 하는 물건일까?
반도체의 사전적인 정의부터 보면 조금 어렵습니다.
전기가 잘 흐르는 도체와 전기가 잘 흐르지 않는 부도체의 중간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으며, 조건에 따라 전류의 흐름을 제어할 수 있는 물질입니다.
(도체: 전기가 잘 흐르는 물질 / 부도체: 전기가 잘 흐르지 않는 물질)
그런데 투자 공부를 하는 입장에서는 이것보다 훨씬 간단하게 생각해도 될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는 끊임없이
계산하고
기억하고
저장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의 중심에 반도체가 있습니다.
반도체를 투자 관점에서 처음 공부한다면 우선 크게
계산하고 제어하는 반도체
그리고
기억하고 저장하는 반도체
로 나눠서 보는 것이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 실제 반도체 산업에는 아날로그 반도체, 전력반도체 등 훨씬 다양한 분야가 있지만 이번 글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구조를 중심으로 정리합니다.
2.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이해하려면 먼저 ‘메모리’를 알아야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공부하면서 가장 많이 만나게 된 것이 메모리 반도체였습니다.
메모리는 이름 그대로 정보를 기억하는 반도체입니다.
그런데 메모리도 전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DRAM
NAND Flash
가 있고,
요즘 AI 관련 뉴스에서 빠지지 않는 HBM 역시 DRAM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메모리입니다.
저는 처음에 HBM과 DRAM이 완전히 다른 종류의 반도체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관계를 이렇게 이해하는 편이 훨씬 쉬웠습니다.

(SSD: NAND를 이용해 데이터를 장기간 저장하는 저장장치)
3. DRAM — 컴퓨터가 일할 때 사용하는 ‘책상’
DRAM은 데이터를 잠시 기억하는 역할을 합니다.
컴퓨터에서 여러 프로그램을 실행한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CPU가 계산할 때 필요한 데이터를 매번 SSD 같은 저장장치에서 꺼내오면 속도가 너무 느립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 필요한 데이터를 빠르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에 올려놓습니다.
이 역할을 하는 것이 DRAM입니다.
저는 DRAM을 공부하면서 책상이라고 생각하니 가장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책상이 넓으면 여러 책과 자료를 동시에 펼쳐놓고 작업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DRAM의 용량과 성능이 충분하면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데 유리합니다.
하지만 DRAM에는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전원을 끄면 저장돼 있던 데이터가 사라집니다.
그래서 DRAM을 휘발성 메모리라고 부릅니다.
(휘발성 메모리: 전원이 공급될 때만 데이터를 유지하고, 전원이 꺼지면 데이터가 사라지는 메모리)

이 비유 하나만 기억해도 뒤에서 HBM과 NAND를 이해하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4. NAND — 데이터를 오랫동안 보관하는 창고
반대로 NAND는 전원을 꺼도 데이터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스마트폰 전원을 껐다 켜도 사진이 그대로 있고,
컴퓨터를 종료해도 파일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입니다.
NAND는 스마트폰 저장공간이나 USB, SSD 등에 사용됩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DRAM = 지금 당장 사용할 정보를 올려두는 공간
NAND = 정보를 오랫동안 보관하는 공간
즉,
DRAM이 책상이라면
NAND는 서랍이나 창고에 가깝습니다.
(NAND: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를 유지할 수 있는 비휘발성 메모리)

5. 그런데 HBM은 왜 갑자기 이렇게 중요해졌을까?
반도체 뉴스를 보다 보면 요즘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 중 하나가 HBM(High Bandwidth Memory)입니다.
HBM은 우리말로 고대역폭 메모리입니다.
(HBM: 여러 DRAM을 위로 쌓아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을 수 있도록 만든 고성능 메모리)
여기서 ‘대역폭’이라는 단어도 자주 등장합니다.
(대역폭: 일정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전달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개념. 도로가 넓을수록 많은 차량이 동시에 지나갈 수 있는 것과 비슷함)
HBM은 완전히 새로운 종류의 메모리라기보다 여러 개의 DRAM을 수직으로 쌓아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전달할 수 있도록 만든 고성능 DRAM이라고 이해하면 쉬웠습니다.
그렇다면 왜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요?
이유는 GPU의 성능이 빠르게 발전했기 때문입니다.
AI 연산을 담당하는 GPU는 엄청난 양의 계산을 매우 빠르게 처리합니다.
그런데 GPU가 아무리 빨라도 계산해야 할 데이터가 제때 도착하지 않으면 GPU는 기다려야 합니다.
일을 엄청 빨리하는 사람을 데려왔는데 자료를 한 장씩 천천히 전달해주는 것과 비슷합니다.
GPU 성능이 올라갈수록 GPU에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공급할 수 있는가가 점점 더 중요해졌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핵심 메모리가 HBM입니다.

HBM은 여러 개의 DRAM을 위로 쌓아 올리고 높은 대역폭을 확보합니다.

여러 DRAM을 수직으로 쌓아 높은 대역폭 확보
그리고 2026년 현재 HBM은 더 이상 ‘앞으로 중요해질 기술’ 수준이 아닙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차세대 HBM4 생산을 확대하며 경쟁하고 있고, 시장의 관심 역시 이미 HBM4 이후 세대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HBM4: HBM의 차세대 규격. 이전 세대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와 처리 성능을 높인 제품)
HBM만 제대로 공부해도 내용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이번 글에서는 구조만 이해하고 넘어가려고 합니다.
후속 글에서는 따로 다음 내용을 정리해볼 생각입니다.
- HBM3E → HBM4 → HBM4E는 무엇이 다른가?
-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경쟁력은 무엇이 다른가?
- HBM에서 수율과 패키징이 중요한 이유
- GPU 한 개에는 HBM이 얼마나 들어가는가?
- HBM이 일반 DRAM 가격에도 영향을 주는 이유
(수율: 생산한 반도체 가운데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 나오는 비율. 수율이 높을수록 같은 생산량으로 더 많은 제품을 판매할 수 있음)
(패키징: 만들어진 반도체 칩을 연결하고 보호해 실제 제품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후공정 과정)
6. 메모리 가격은 왜 이렇게 크게 움직일까?
여기까지 공부하다 보니 또 하나 궁금해졌습니다.
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은 몇 년마다 크게 좋아졌다가 다시 나빠지는 걸까?
그 이유를 이해하려면 메모리 산업의 특징을 알아야 합니다.
DRAM이나 NAND는 시장 전체의 수요와 공급 변화에 가격이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는 산업입니다.
예를 들어 AI 서버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어나 DRAM 수요가 급증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당장 생산할 수 있는 DRAM은 한정돼 있습니다.
그러면
수요 증가
↓
메모리 부족
↓
가격 상승
이 발생합니다.
메모리 가격이 올라가면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이익도 빠르게 증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기업들은 생산능력을 늘리기 위해 투자를 확대합니다.
이때 뉴스에서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CAPEX입니다.
(CAPEX: 기업이 공장·생산설비·장비 등을 확보하기 위해 쓰는 투자금. 반도체 회사가 공장을 짓거나 장비를 들이는 돈이라고 생각하면 쉬움)
문제는 반도체 공장을 오늘 투자한다고 내일 바로 생산량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시간이 지나 새로운 생산능력이 시장에 들어오면 이번에는 공급이 빠르게 증가합니다.
그리고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지면 가격이 다시 내려갑니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메모리 사이클이 만들어집니다.
(메모리 사이클: 수요·공급 변화에 따라 메모리 가격과 기업 실적이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현상)
이런 입장에서 현재 메모리 사이클은 4,5 단계 정도로 보이고 이번 사이클은 이전과 달리 데이터센터 에 필요한 반도체가 다 채워질때 까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7. 2026년 현재 메모리 시장은 어떤 상황일까?
여기까지가 반도체 산업의 기본 구조라면, 지금 상황을 한번 연결해봤습니다.
2026년 현재 메모리 시장은 AI 서버 투자 증가와 공급 제약이 겹치면서 강한 업황을 보이고 있습니다.
(업황: 특정 산업의 전반적인 경기 상태. 잘 팔리고 가격이 오르는지, 반대로 수요가 약한지를 의미)
특히 AI 서버가 늘어나면서 HBM뿐 아니라 서버 DRAM과 기업용 SSD까지 수요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HBM 생산 확대가 일반 DRAM 시장과도 연결돼 있다는 것입니다.
반도체 기업이 가진 생산능력은 무한하지 않습니다.
HBM처럼 부가가치가 높은 메모리에 생산능력을 더 많이 배정하면 일반 DRAM에 사용할 수 있는 생산능력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부가가치가 높다: 같은 생산능력을 사용하더라도 일반 제품보다 더 높은 가격과 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
이 때문에 AI 투자 확대가 HBM뿐 아니라 일반 DRAM의 공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NAND에서도 AI 데이터센터 확대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AI 데이터센터에는 계산을 위한 GPU뿐 아니라 막대한 데이터를 저장할 기업용 SSD도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eSSD·기업용 SSD: 데이터센터나 서버에 사용하는 고성능·고신뢰성 SSD)
다만 시장점유율이나 가격 상승률 같은 숫자는 계속 변합니다.
그래서 이런 숫자를 외우기보다는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HBM → 서버 DRAM → NAND·SSD까지 연결되고 있다
는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8. 이번에는 ‘계산하는 반도체’를 알아보자
메모리가 정보를 기억한다면 시스템 반도체는 계산하고 제어하는 역할을 합니다.
대표적인 것이
CPU
GPU
AP
MCU
이미지센서(CIS)
등입니다.
CPU는 컴퓨터의 전반적인 명령과 연산을 처리합니다.
GPU는 원래 그래픽 계산을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동시에 많은 계산을 처리하는 병렬 연산 능력때문에 AI 학습과 추론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됐습니다.
(병렬 연산: 하나의 계산을 순서대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계산을 동시에 처리하는 방식)
(AI 학습: AI 모델이 대량의 데이터를 이용해 패턴을 배우는 과정)
(AI 추론: 학습을 끝낸 AI가 실제 질문이나 데이터를 받아 답을 만들어내는 과정)
AP는 스마트폰에서 CPU, GPU 등 여러 기능을 하나의 칩에 통합한 핵심 반도체입니다.
MCU는 자동차나 가전제품 등에서 특정 기능을 제어하는 작은 컴퓨터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미지센서는 카메라로 들어온 빛을 전기적인 신호로 변환합니다.
(CIS: CMOS Image Sensor의 약자로, 카메라가 받은 빛을 디지털 이미지 데이터로 바꾸는 반도체)
각각을 깊게 공부하면 끝이 없지만 일단 저는 이렇게 기억하기로 했습니다.
메모리 = 데이터를 기억한다.
CPU·GPU 같은 시스템 반도체 = 데이터를 가지고 계산한다.
9. 그런데 엔비디아는 왜 TSMC가 필요할까?
여기서 제가 처음 반도체 산업을 공부하면서 가장 헷갈렸던 부분이 나왔습니다.
엔비디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반도체 기업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엔비디아는 왜 TSMC에 반도체 생산을 맡길까요?
반도체 기업이라고 해서 모두 직접 반도체 공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엔비디아처럼 반도체를 설계하는 데 집중하고 직접 제조공장을 운영하지 않는 기업을
팹리스(Fabless)
라고 합니다.
(팹리스: 반도체 생산공장인 Fab 없이 반도체 설계에 집중하는 기업)
대표적으로
엔비디아
AMD
퀄컴
등이 있습니다.
그러면 이 회사들이 설계한 반도체를 실제로 만들어줄 회사가 필요합니다.
그 역할을 하는 회사가 파운드리(Foundry)입니다.
10. 파운드리란 무엇일까?
파운드리는 다른 회사가 설계한 반도체를 대신 생산해주는 사업입니다.
(파운드리: 다른 회사가 설계한 반도체를 주문받아 대신 제조하는 사업)
저는 옷으로 비유하니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팹리스 = 옷을 설계하는 디자이너
파운드리 = 설계도를 받아 실제 옷을 만드는 공장
입니다.

여기까지 이해하면 왜 반도체 뉴스에 TSMC가 그렇게 자주 등장하는지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TSMC는 현재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매우 강한 위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이 미세공정입니다.
(미세공정: 반도체 안의 트랜지스터와 회로를 얼마나 작고 촘촘하게 만들 수 있는지를 뜻하는 기술. 일반적으로 더 미세한 공정일수록 같은 공간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넣을 수 있음)
뉴스에서 3나노, 4나노, 2나노라는 말을 자주 볼 수 있는 이유입니다.
(나노미터·nm: 10억분의 1미터를 뜻하는 길이 단위. 다만 현재 반도체에서 ‘3나노 공정’ 같은 명칭은 실제 특정 한 부분의 길이가 정확히 3nm라는 뜻이라기보다 공정 세대를 구분하는 이름에 가까움)
11.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같은 반도체 회사가 아니다
예전에는 저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그냥 둘 다 ‘메모리 반도체 회사’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사업구조를 보면 꽤 다릅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DRAM
HBM
NAND
파운드리
AP
이미지센서
등 여러 반도체 사업을 동시에 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의 특징 중 하나도 바로 이 구조에 있습니다.
메모리뿐 아니라 로직 반도체 설계,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까지 여러 영역을 내부에 가지고 있습니다.
(로직 반도체: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와 달리 계산·판단·제어 등의 기능을 수행하는 반도체)
(첨단 패키징: 여러 개의 고성능 반도체를 매우 가깝게 연결해 하나의 시스템처럼 작동하게 만드는 고도화된 후공정 기술)
예를 들어 삼성전자의 HBM4에는 DRAM만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로직 베이스 다이라는 반도체도 함께 사용됩니다.
(로직 베이스 다이: HBM 가장 아래쪽에서 여러 DRAM과 GPU 사이의 데이터 이동과 제어를 담당하는 반도체)
삼성전자는 이 로직 베이스 다이를 자체 파운드리의 4나노 공정을 이용해 생산하는 방식도 활용하고 있습니다.
(4나노 공정: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첨단 반도체 제조 공정 중 하나. 회로를 매우 작고 촘촘하게 만들어 높은 성능과 전력 효율을 목표로 하는 생산 기술)
이런 문장을 뉴스에서 처음 보면 굉장히 어렵지만,
쉽게 풀면
“HBM 아래에서 데이터를 관리하는 반도체까지 삼성전자가 자체적으로 설계·생산할 수 있다”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사업의 중심이 훨씬 명확하게 메모리에 있습니다.
SK하이닉스
DRAM
HBM
NAND
기업용 SSD
등이 핵심입니다.
특히 AI 시대에 들어 HBM과 서버 메모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SK하이닉스의 사업구조가 시장의 관심을 크게 받고 있습니다.
[그림자료 — 주요 반도체 기업의 역할]
엔비디아
→ GPU 설계
TSMC
→ 반도체 위탁 생산
삼성전자
→ DRAM / HBM / NAND + 설계 + 파운드리
SK하이닉스
→ DRAM / HBM / NAND / eSSD
이렇게 놓고 보니 모두 ‘반도체 회사’이지만 실제 돈을 버는 방식은 꽤 다르다는 것이 보였습니다.
이 부분도 따로 공부해볼 가치가 있어 보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같은 반도체 회사인데 왜 다르게 움직일까?
후속 글에서는
- 두 회사의 사업구조 차이
- HBM 비중 차이
- 일반 DRAM과 NAND 비중
-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
- AI 투자 확대가 두 회사 실적에 전달되는 방식
을 비교해보려고 합니다.
12. AI가 등장하면서 반도체 지도가 달라졌다
이 모든 내용을 공부하고 나니 최근 반도체 시장이 왜 AI에 이렇게 민감한지도 조금씩 이해됐습니다.
과거에는 PC와 스마트폰이 반도체 시장의 거대한 수요처였습니다.
PC 판매량이 증가하면 CPU와 DRAM 수요가 증가하고,
스마트폰이 성장하면 AP, 모바일 DRAM, NAND 수요가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또 하나의 거대한 수요처가 등장했습니다.
AI 데이터센터입니다.
(데이터센터: 수많은 서버와 저장장치, 네트워크 장비를 모아 대규모 데이터를 계산하고 저장하는 시설)
처음에는 저도 AI 투자가 늘어나면 엔비디아 GPU가 많이 팔리는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GPU 하나만 필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GPU가 빠르게 계산하려면 HBM이 필요합니다.
AI 서버를 운영하려면 서버 DRAM도 필요합니다.
수많은 데이터를 저장하려면 기업용 SSD가 필요합니다.
서버 사이에서 데이터를 주고받기 위해 네트워크 장비도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 모든 장비를 움직이려면 막대한 전력과 냉각 인프라도 필요합니다.
(인프라: 어떤 산업이나 서비스를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기본 시설과 시스템)

여기에서 AI 가속기라는 표현도 많이 등장합니다.
(AI 가속기: AI 계산을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진 반도체. GPU나 AI 전용 ASIC 등이 여기에 포함됨)
또 최근에는 ASIC이라는 단어도 자주 등장합니다.
(ASIC: 특정 목적에 맞춰 설계된 전용 반도체. 범용 GPU와 달리 특정 AI 연산 등에 맞게 최적화할 수 있음)
그리고 데이터센터 안에서 GPU와 GPU, 서버와 서버를 빠르게 연결하기 위한 인터커넥트 기술도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인터커넥트: 반도체나 서버 사이에서 데이터를 빠르게 주고받도록 연결하는 기술)
AI라는 하나의 산업 변화가
설계 → 파운드리 → HBM → DRAM → NAND → SSD
까지 연결되고 있는 것입니다.
13. 그래서 투자자는 반도체에서 무엇을 봐야 할까?
여기까지 공부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크게 바뀐 생각이 하나 있습니다.
처음에는 반도체 투자를 공부하려면
몇 나노 공정인지,
몇 층 NAND인지,
HBM이 몇 단인지,
어떤 패키징 기술을 사용하는지
같은 기술을 전부 알아야 하는 줄 알았습니다.
물론 기술력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투자자의 관점에서 그보다 먼저 이해해야 할 것이 있었습니다.
누가 이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가?
그리고
수요가 얼마나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가?
입니다.
그 다음에는 공급을 봐야 합니다.
수요가 아무리 빠르게 증가해도 기업들이 그보다 더 빠르게 생산량을 늘린다면 가격은 내려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데 공급을 빠르게 늘릴 수 없다면 가격은 올라갑니다.
결국
수요
↓
공급
↓
가격
↓
기업 실적
이라는 흐름을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지금의 AI 시장을 단순화하면
AI 투자 증가
↓
GPU 증가
↓
HBM 수요 증가
↓
HBM 생산능력 확대
↓
일반 DRAM에 사용할 생산능력 제한
↓
DRAM 공급 부족 가능성
↓
DRAM 가격 상승
↓
메모리 업체 실적 개선
처럼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 시장은 이것보다 훨씬 복잡합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연결해서 생각하기 시작하면 단순한 뉴스 하나도 이전과 다르게 보입니다.
14. 공부하고 나니 반도체 뉴스가 조금 다르게 보였다
예전에는
“삼성전자 HBM4 공급 확대”
라는 기사를 보면
‘삼성전자에 좋은 뉴스인가 보다.’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 뒤에 있는 질문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HBM4 수요가 왜 늘어나는가?
↓
AI GPU가 많이 생산되고 있기 때문인가?
↓
HBM 생산을 늘리면 일반 DRAM 생산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
DRAM 공급이 부족해지면 가격은 어떻게 될까?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이익에는 어떤 차이가 생길까?
↓
두 회사는 생산능력을 얼마나 늘릴 계획일까?
이렇게 하나의 뉴스가 여러 질문으로 연결됩니다.
저도 아직 반도체 산업을 공부하는 단계이지만, 이번에 전체 구조부터 정리하고 나니 적어도 뉴스 속 단어들이 각각 따로 노는 느낌은 많이 줄었습니다.
결국 반도체는 이것부터 이해하면 된다
이번 글을 정리하면서 저는 일단 이것만 기억하기로 했습니다.
1. 반도체는 크게 ‘계산’과 ‘기억’의 역할을 한다
CPU·GPU
→ 계산
DRAM·HBM·NAND
→ 기억과 저장
2. DRAM과 NAND는 역할이 다르다
DRAM
→ 지금 사용할 데이터를 올려두는 책상
NAND
→ 데이터를 오래 보관하는 창고
3. HBM은 AI 시대의 초고속 작업 공간이다
GPU가 아무리 빨라도 데이터를 충분히 빠르게 공급하지 못하면 성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HBM의 중요성이 커졌습니다.
4. 반도체 회사라고 모두 같은 회사가 아니다
엔비디아
→ 설계
TSMC
→ 생산
SK하이닉스
→ 메모리 중심
삼성전자
→ 메모리 + 시스템반도체 + 파운드리
5. 메모리에서는 결국 수요와 공급이 중요하다
수요 증가
→ 공급 부족
→ 가격 상승
→ 기업 이익 증가
반대로
공급 증가
→ 공급 과잉
→ 가격 하락
→ 기업 이익 감소
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6. AI 시대에는 GPU 하나만 보면 안 된다
GPU
↓
HBM
↓
서버 DRAM
↓
SSD
↓
네트워크
↓
전력·냉각
전체가 하나의 AI 인프라로 연결돼 있습니다.
다음에는 HBM을 조금 더 깊게 공부해보려고 한다
이번 글은 일부러 반도체 공정 하나하나를 깊게 파고들지 않았습니다.
반도체 산업을 처음부터 너무 깊게 공부하면 용어만 많아지고 오히려 전체 구조를 놓치기 쉽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일단 산업의 지도부터 그려봤습니다.
그리고 이 지도를 가지고 다음에는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이해하는 데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인 HBM을 조금 더 깊게 공부해보려고 합니다.
HBM은 일반 DRAM과 정확히 무엇이 다른지, 왜 만들기 어렵고, 왜 AI 시대에 이렇게 중요해졌는지.
그리고 가장 궁금한 부분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은 HBM에서 정확히 무엇을 두고 경쟁하고 있는지
까지 한번 정리해보겠습니다.
